작별 XII by 찰카기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가 많이 다니는 이면도로와 맞닿아 있는 작은 골목 입구에 업드려 있는 고양이 한마리.
자고 있나? 아니 뭘 먹는 있나? 특이한데. 그래도 저러면 위험할텐데 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 떠올라 순간 브레이크를 잡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오토바이를 돌렸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고양이가 앞발은 앞으로 뒷발은 뒤로 쭉 뻗은채 누워 있다.
이제 막 어미 품에서 벗어나는 홀로서기를 할 것 같은 작은 고양이였다.
손으로 건드렸다. 놀라서 깨지 않을까 싶었지만 손끝에 느껴지는 몸은 이미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잠은 잠인데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잠. 자는 듯 죽어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안됐다.
차에 치었다면 저 작은 몸이 남아 날리가 없고 음식을 잘못 먹거나 병에 걸렸다면 그 흔적이 남았을텐데.
털은 깨끗하고 윤기가 흘렀고 입가를 비롯한 몸 어디에도 피는 없었다. 토한 흔적도.
도대체 죽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이해도 안 되고. 답답한 생각도 잠시.
아이를 산으로 데려가 부드러운 땅을 골라 묻어 주었다. 

산을 내려오는 동안 미안한 마음에 다리가 무거웠다.
저 아이는 물론 이유없이 죽어가는 많은 아이들에게도.
죽은 이유는 정확히모르지만 그 죽음에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개입되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니까.

우리는 고양이를 그냥 미워하지만 그 미움이 고양이를 죽일 수도 있음을 알아준다면
저런 허망한 죽음은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



이글루스 가든 - 길고양이 동맹

덧글

  • 쏘이 2010/08/12 17:28 # 삭제

    고운 얼굴로 하늘나라로 갔네요.
    이녀석의 짧은 생은 어떠했을까요.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다니렴...
  • CATCHO 2010/08/12 17:31 #

    어떡해요... 정말 전봇대 밑에 저리 누워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요...
    정말 어린 고양이같은데.....좋은곳으로 갔기를...
  • 길냥이 2010/08/12 17:58 #

    정말 불쌍한 아기고양이 ㅠㅠ 하늘나라에서는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 smells 2010/08/12 18:16 #

    ㅠㅠ 좋은 일 하셨네요. 잘 가려무나.
  • 나막울었어 2010/08/12 18:17 #

    누군가 둔 쥐약이라도 먹은걸까... 어여쁜 노랑둥이....안아주고 토닥여줘야할 자세인데...
  • 하산옥 2010/08/12 18:28 # 삭제

    살아있는 냥이들 밥주는 일만큼이나
    저세상가는 냥이들 묻어주는 일이 어려웠을텐데....

    이런 일을 목격할 때 마다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내가 못해서...
    내가 하기 뭐해서...
    넘이 하면 위로가 되고...
    넘이 하는 일에 강건너 불구경하듯...감사하다는..수고하셨다는...
    이런 말밖엔 할수없는 내 자신이 너무 작게만 느껴집니다.

    그래도 어제오늘 뉴스 자막에 보니까
    동물학대시 최고 1년형과 1천만원의 벌금으로
    약간은 확대되었다는것으로 조금은 위로를 삼습니다.
    개인적으론 좀더 법의 심판이 강해지길 바라지만
    첫술에 배부를순 없으니...기다려 볼수 밖에.

    김하연님아...고맙소야.
  • 2010/08/12 18:41 #

    장난스럽게 누워 있는 것 같은 데 세상을 떠난 거군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우리가 모르는 일이지만 우리가 책임져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만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안타깝네요.
  • goronut 2010/08/12 19:26 #

    세상에..저기서 얼마나 누워있었던 걸까요..ㅜㅜ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쉬기를..
  • Elena 2010/08/12 21:20 # 삭제

    트윗에서 보고 우연히 들어왔습니다..
    고양이가 죽은 것을 보는 것이 실제로는 물론이고 사진으로 보는 것 조차 처음이라..
    무섭기도 하면서..가슴이 막 떨리고 눈물이 날 것 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예요 지금..
    마음이 아프고..저라면 과연 글쓴님처럼 해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곳으로 가길 바라며..
    지금 제 옆에서 맑은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에게 더욱 더 많은 사랑을 주어야겠어요.. :)
  • RyuRing 2010/08/13 00:11 #

    아우... 저 어린 것이... 어쩌다가.....
    부디 무지개다리 너머에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기를...
    찰카기님 저 아이 묻어주셔서 고마와요..ㅠ_ㅠ
  • 소풍나온 냥 2010/08/13 00:39 # 삭제

    ㅠㅠ
  • 아무니 2010/08/13 10:58 #

    부디 순식간에 갔기를.
    마지막 순간에 공포와 아픔에서 몸부림 치지 않았기를.
  • HALFCAT 2010/08/13 16:11 # 삭제

    ㅠㅠㅠㅠㅠ 가슴이 아프네요
  • 장군맘 2010/08/15 11:48 # 삭제

    무지개 다리 건넌 아기냥이 거둬주어 고맙습니다.
  • 쭈군 2010/08/15 21:18 #

    아직 아긴데..... 너무 어린나이에 떠났네요~~~
    ㅜㅜ 좋은곳에서 건강하게 자라다오~
  • 천랑 2010/08/23 09:16 # 삭제

    감사합니다. 아가의 마지막표정에 가슴이 아프네요..
  • themadtea 2010/10/11 09:10 # 삭제

    저렇게 골목길에 편한하게 잠든 고양이는 이미 살아있는 고양이가 아닌 경우가 있더라구요...
    덜컥 하게 되요.. 가슴이 아프네요..
  • 민트고양이 2010/11/10 20:45 # 삭제

    가슴아픈 사진들일 것을 짐작하고 선뜻 열어보질 못했다가 오늘에서야 열어봤습니다.
    역시나...생각보다 훨씬 더 슬프고 가슴아픕니다.
    이 아이들.. 좋은 곳으로 가서 맘껏 먹고 마시고 뛰어놀며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나서는 아직까지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이들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아니..찰카기 님께서 보지 못하는 많은 곳에서 지금도 다리를 건너는 아이들이 있겠지요..
    그래도..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까지는 작별이라는 이름의 사진이 올라오지 않고 있으니 조금이나마 위안삼아봅니다.
    시신 수습하시는 게 힘드실 텐데 대단하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지나쳤던 냥이들의 시신들을 돌이켜보니 정말 미안할 따름입니다.
    찰카기 님 같은 분이 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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