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초쯤 놀이터에서 고양이에게 밥 주지 말라며 시비 걸던 남자의 위협이 갈수록 심해진다. 밥 준다고 나에게 윽박지르는 것도 모자라 고양이를 죽인다고 난리다. 빗자루로 던지고 때리고 급기야 주먹만 한 돌을 들어 고양이에게 던진다. 
한번은 소리 높여 싸우기도 했지만 바로 후회했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고양이들이 받을까봐. 공격을 당해도 조금만 살갑게 다가가도 경계심을 풀어버리는 녀석들이다. 결국 아는 분의 도움 받아 임보처(임시보호처)를 구했다. 일단 잡아서 병원치료를 받고 임보처로 보내기로 했다. 24일 새벽. 평소 보다 이른 5시 애들에게 갔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오토바이 소리를 듣고 '개'처럼 달려온다. 길게는 2년 짧게는 6개월을 아침마다 만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가장 먼저 오는 녀석은 흰둥이. 언제나 힘차게 달려와 내 주위를 두어 번 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다음은 노랑이. 통통거리는 가벼운 걸음으로 와서 나무 밑동을 발톱으로 긁어야 하는데, 걸어오는 모습이 오른쪽 앞다리를 절룩거리는 것 같다. 아프다는 듯 가늘게 '야~~오~옹'소리까지 내면서. 마지막으로 턱시도는 가장 늦게 그리고 가장 조용하게 내 앞까지 온다.

일단 캔 하나씩을 주고 노랑이 앞다리를 살펴보니 다리가 심하게 부었다. 상태가 어떤가 보려고 살짝 만지는 순간 자지러지게 소릴 지른다. 아마 골절상을 입은 것 같았다. 같이 포획하러 오신 두 분 말씀에 의하면 4~5시간 전에도 괜찮았단다. 다친 것을 확인한 순간 보낸다는 아쉬움은 사라지고 치료를 위해 빨리 보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턱시도와 흰둥이는 바로 잡았지만 다리 때문에 성격이 예민하고 경계심이 높아진 노랑이는 쉽게 잡을 수 없었다. 5시간을 기다렸지만 끝내 손닿지 않는 곳으로 숨어버린 노랑이.

다친 것이 걱정되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서 일단 철수했다.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새벽 1시에 잡을 수 있었다. 아프지만 그래도 배고픈 노랑이는 먼저 다가왔다. 사는 게 그런 거다. 나와 1년을 만났던 노랑이도 그렇게 다치고 보니 나를 믿지 못했다. 아니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사실 난 녀석들이 그곳에서 오래오래 살았으면 했다. 먹이는 챙겨줄 수 있으니까. 좋아해주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자유롭게 살기를 원했다.

그 놀이터를 지나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녀석들에게 호의적이었으니까. 녀석들에게 위험한 사람들은 극히 일부다. 그러나 그 일부 사람들과 팔 걷어 붙이고 싸우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길고양이를 24시간 지켜봐줄 수 없어 혹시나 있을 싸움으로 인한 화풀이나 피해는 결국 녀석들에게 돌아간다. 그것이 결국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을 알기때문이다.

호사다마. 시사인 표지 모델이 되면 꽤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이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던 바로 그날 노랑이는 누군가의 공격으로 다리가 부러지고 나서야 놀이터를 떠날 수 있었다. (하루만 빨라더라면) 그게 노랑이 아니 길고양이의 현실이다. 미안하고 답답하다.

ps.
정들었던 그곳을 떠나면서 아마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그래도 좋은 곳으로 갔으니. 편하게 살겠지. 그러나 자유스럽지 않을꺼다.
다음주에는 시간내서 녀석들을 보러 가야겠다.
이글루스 가든 - 길고양이 동맹



덧글
오롱이 2009/06/28 11:25 # 삭제
왜 사람들은 길고양이들을 그리도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네요..딱히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말예요.. ㅠㅠ
찰카기 2009/06/30 07:46 #
그냥 싫은거죠.딱히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있어도 논리적으로 맞지도 않고.
키마담 2009/06/28 12:18 #
휴....슬프네요.......써글것들.....
찰카기 2009/06/30 07:47 #
안타깝죠.그러나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희망적인 생각으로 버텨봅니다.
소보 2009/06/28 13:21 #
제가 일본여행을 갔을때, 제일 부러웠던건 길고양이인데도 처음보는 나에게 아무런 경계심 없이 너무나 살갑게 다가오는 모습이었어요.괴롭힘을 당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거겠죠..
찰카기님 같은 분들이 더 많아진다면 언젠가는 우리나라의 길냥이들도 두려움에 떨지 않고 살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저도 노력해야겠어요..
너무 맘이 짠하네요ㅠㅠ
찰카기 2009/06/30 07:49 #
일본의 고양이나 저기 지중해쪽 고양이들을 보면 어찌나 눈빛이 고양이스러운지.아마 우리 나라 길냥이가 그런 눈빛을 가지려면 꽤 시간이 걸릴겁니다.
그래도 그 시간이 조금씩 앞당져지지 않을까요?
felidae 2009/06/28 13:30 # 삭제
고양이 세 마리 모두 무사히 그 곳을 떠나게 되어 다행이라 여깁니다새로운 삶이 행복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나간 굴곡은 안타깝지만 어쩌겠어요..
흰둥이도 노랑이도 턱시도도 잘 살 거에요
찰카기 2009/06/30 07:50 #
네. 어제 세녀석 임시 보호해주시는 분에게 쪽지를 받았습니다.다들 잘 지낸다네요. 노랑이만 남자를 보면 경계하는 것만 빼면요.
페리 2009/06/28 13:43 #
안쓰럽...ㅠㅠ그래도 큰 문제없이 무사히 떠나게 되어 다행입니다...
자유로이 살수 있었다면 좋았겟지만, 언제 해꼬지 당할지 모르니 그게 더 나은결정이겠지요.
노랑이도 아픈게 어서 나았으면 좋겠네요.
찰카기 2009/06/30 07:51 #
노랑이는 아직 병원을 못가고 있답니다.시간을 다툴 정도로 다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부디 모두 편안하길 바랍니다.
소풍나온 냥 2009/06/28 14:55 # 삭제
저희동네는 호의적이지도 않고윗동에는 고약한 할아버지가(주로 약 전문이시라는)
바로 앞집에는 협박하는 아저씨가(행동으로 옮길까봐 무서워요)
청소담당 아주머니도(언제나 손에 무기가 있잖아요~)
위협적인 분들입니다.
항상 조마조마하고
아슬아슬하고
그렇네요.
암튼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다들....
그 노량이가 모델이었군요. 이쁜아이^^
다리도 낫고
마음도 나아서
어서 행복하게 살기를...
찰카기 2009/06/30 07:52 #
그것도 냥이가 살기에 쉽지 않겠네요.어쩌나.
하피 2009/06/28 23:29 # 삭제
그녀석들은 아무 해코지도 하지않고그냥 더불어 살아가는데,
왜 사람들은 그걸 가만두고 보지 못하는 걸까요?
도와주지 않아도 좋으니
모른채해줬음 좋겠어요...
소풍나온 냥 2009/06/29 01:08 # 삭제
오~!! 절대동감입니다....
찰카기 2009/06/30 07:52 #
그죠.해코지보단 무관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절대 공감합니다.
뽀도르 2009/06/29 10:23 #
지난 주에 산 시사인의 표지 모델이던 노랑이가 저렇게 다치다니... 해고지를 당한 모양이군요. 그나마 빨리 구출돼서 다행입니다.
찰카기 2009/06/30 07:55 #
사람들을 더 무서워할까봐. 걱정입니다.보내면서 궁디팡팡도 못해줬는데.
다음주쯤에 가면 좀 나아졌으려 모르겠네요
나막울었어 2009/06/29 10:25 #
잔인한 사람들 정말 많아요... 싫으면 말지 꼭 그렇게 행동으로 보여야 하는가요..머리나 다른데를 다치지않고 다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되는 이 현실이 너무 싫네요.
노랑둥이. 상처받고 맘에 문 닫지말고 건강해지기를.
찰카기 2009/06/30 07:57 #
그냥 하던대로 하는거겠지만냥이들에겐 목숨이 걸린 일이라서 답답합니다.
만약 노랑이가 다리 다친채로 그곳에 있었다면 오래 살지는 못했을 겁니다.
정상적이지 않는 고양이가 살아가기엔 도시는 비정하니까요.
동지여인 2009/06/30 08:58 # 삭제
안타까운 현실이네여.. 에혀; 왜 못살게 구는건지..힝힝~ 그 아저씨 나뻐요~ -ㅅ-*
그래도 임시보호처에서 잘 있다니깐 다행이네여 +_+
찰카기 2009/07/01 09:42 #
오늘 아침에 들은 따끈한 소식은 너무 너무 잘 적응한다네요.녀석들..이제 편안해지는 일만 남은 듯 합니다.
지나가다 2009/06/30 17:44 # 삭제
오늘 처음 고양이사료 사보았습니다......아파트 음식쓰레기통앞에 서성이는 길냥이가 오늘은 나뭇잎을 뜯길래.....
찰카기 2009/07/01 09:45 #
잘하셨습니다.그런데 어쩌죠?
지나가다님은 이제 중독이 되실지도 모릅니다.
밥을 챙겨주는 냥이가 알아보고 빤히 바라보는 그 순간.
밥이 맺어주는 소중한 인연과 중독될겁니다. 분명히.
박은희 2009/07/01 08:33 # 삭제
보내주신 선물!!! 잘 받았습니다.디지털시대란게 편지란게 없는 시대인지라 택배아님 받을 게 없는데,
퇴근하고 오니 제 앞으로 노오란 봉투가 있더라구요.^^ 뭐지 하고 열어보고는 정말 감격했습니다.
잘 봤구요, 잘 보관하겠습니다. 편지도 너무 감사했어요^^
찰카기 2009/07/01 09:45 #
아..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휴..사는게 뭐 일이 많은지. 일찍 보내드린다고 해놓고 이제서야.^^
암튼 고맙습니다.
2009/07/02 20:28 # 삭제
비공개 덧글입니다.
찰카기 2009/07/03 12:34 #
반갑습니다.시사인 덕분에 좋은 분들을 많이 뵙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블로그 가서 기영이와 삼돌이 사진 봤습니다. ㅋㅋㅋ
귀엽고 장난꾸러니 느낌 팍팍 오네요.
보내주신다면 고맙게 받아 길냥이들에게 나눠주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차돌복자 2009/07/02 21:36 # 삭제
애들 밥 주면서,,정말 사람눈치 보는거,,그게 가장 어려운 부분중 하나인것 같습니다..가끔 밥그릇이 뒤집어져 있으면,,겁부터 나요..
누군가가 장소를 알아채고,,일부러 그런것 같아서,,
그냥 밥그릇만 뒤집었으면,,다행인데,,혹시 해코지는 안했는지...
저는 이제 시작이라,,먹는 아가의 얼굴은 모르지만,
그냥 제 차밑에 두면,,누군가가 꼭 와서 먹고 가더라구요...
차라리~아가의 얼굴은 계속 모르는게 나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정 드는거,,너무너무 무섭고,,너무너무 가슴아픈 일이라,,
이런 이기적인 생각도 해 봅니다..
암튼,,노랑이 사건은 너무 속상하지만,,
이제 임보들 갔으니,,자유는 조금 잃어도,,안전하니 다행이지요^^*
찰카기 2009/07/03 12:37 #
요즘에 새로 밥주는 녀석들이 있는데.장소가 원룸앞이라서 조심하고 있다가.
어제 딱 걸렸네요. 뭐라고 하시는 분에게 죄송하다 먼저 사과를 드리고.
먹이를 주고 다시 치운다는 약속를 드리고. 다시 지저분해지면 곤란하다는 말씀을 듣고 일단락 되었네요.
아무리 어려워도 손내밀고 다가와서 바라보는 녀석들을 외면할수가 없네요.
덕분에 새벽 작업이나 마음이 급해졌지만 좋게 좋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yuna 2009/07/03 19:37 # 삭제
저도 길고양이 밥을 몇년째 주고 있는데,일부러 친해지지 않으려고 밥준 후에는 빨리 자리를 떠요.
사람을 경계하지 않게 되면 애들이 혹시 사람한테 해를 입게 될까봐 걱정돼서요.
우리 동네는 또 좀 분위기가 살벌하거든요.
친해졌다가 어느날 안보이게 됐을 때의 제 마음도 조금은 보호를 해야 하고요..;;
그래도 멀리서 기웃기웃 하면서 살피긴 하죠. 하하
편안한 마음으로 길고양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찰카기 2009/07/04 06:48 #
저도 가급적이면 친해지지 않으려고 합니다만기다리면서 빤히 쳐다보는 녀석의 눈빛을 외면하기가 어렵네요.
그래서 관심을 가져 달라는 애들에게 조심스럽고 안전한 시간에 만나 밥을 주고요.
낯을 가리고 경계심이 많은 녀석들에겐 안전하게 먹을 장소에 밥을 놓곤합니다.
고양이와 사람이 마음 편하게 친해질 수 있는 그런 날.
꼭 오겠죠. 기필코 반드시 무슨일이 있더라도